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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과 멜라민

어제 아홉시 뉴스를 딸아이랑 보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시중에서 파는 건빵에 멜라민 성분이 검출 됐다는 기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방송을 보던 우리집 딸아이가 갑자기 사색이 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엄마 나 어떻게 나도 건빵 먹었잖아!!!"

"엄마 그러면 나도 멜라민 때문에 돌아가는 거야?~엉엉"

딸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돌아가다니 어디로????

"응? 무슨 소리야?"

나는 나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며칠전 나는 우리 딸아이와 병원에 갔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는 커피와 함께 먹으라고 건빵을 작은 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것이다.

딸아이는 그것을 보고 종이컵에 가득담아 진료를 기다리는 내내 먹었고, 또 나오면서도 몇개를 더 주머니에 담아 가지고 나오면서도 먹었던 것이다.

맞다!  바로 그 건빵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건빵을 먹은 딸아이는 멜라민이 들은 건빵을 먹었으니 자신도 죽는것이 아닌가 해서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 굴리며 통곡을 한 것이었다.

솔.직.히~

웃겨서 뒤집어 졌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딸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를 안고 나는 너무 웃겨 눈물을 흘렸다. 

샤워를 하다 딸아이의 통곡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남편은

사건의 전말을 듣자  남편도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는지

큭큭거리며 다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딸아이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걱정하지마 네가 먹은 건빵은 괜찮을 꺼야. 그러니 앞으론 먹을거에 더 조심하자"

그 이야기를 들은 딸아이는 안심을 했는지 바로 씻고 흘쩍거리며 잠자리에 들어갔다.

사실 우리 딸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어릴때부터 아토피가 심해 먹을 것에 각별히 신경쓰며 살았고,

중국에서 그런 사건이 터진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아이스크림도 참고 살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씁쓸해지기 시작했다.

1학년이면 아직은 세상의 어두운 부분보단 밝은 부분을 더 보고 자랄 나이인데

그 어린아이가 멜라민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사색이 되어 우는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해 졌다.

사실 아이가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귀에 담다보니 어느세 아이의 맘속에 그런 공포심이 심어져 있었나 보다.

다시금 아이의 동동이며 우는 모습이 떠오르면 재밌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것 때문에 우는 아이의 모습을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쓴웃음을 짖는다.